홍철기

재현의 새로운 원칙들: 불투명성, 복합성, 재귀성

재현의 새로운 원칙들: 불투명성, 복합성, 재귀성

우리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당면한 '재현의 위기(crisis of representation)'는 동시에 실재의 위기라는 점에서 단순히 재현과 그 매개를 거부하고 실재에 직접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이중의 난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 용어로 바꿔 말한다면 대표의 위기란 또한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표 없는 민주주의', 혹은 직접적이고 순수한 민주주의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되고 정당한 정치를 회복할 수 없는데, 이는 미학과 인식론의 문제 모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투명하고 무매개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실재란 존재하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재현과 표상 또한 실재의 대체물로서의 완전한 정당성을 확보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현재의 상황은 재현, 표상, 대표에 관한 이론 자체를 재검토하고 이를 재구성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바로 이는 정치와 미학, 그리고 과학의 문제가 결코 하나로 통합되거나 융합된다는 것, 혹은 어느 한쪽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따로 분리되어서 중립적으로 자신의 영역 안에서만 독자적인 방식으로 다뤄질 수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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